Hyoseok Kim.

내게 무해한 사람을 읽고

함께할 때 아무런 거리낌 없이 편한 사람이있다.
나의 수치스러운 약한 부분을 보여주고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같이 울어줄 수 있는, 조금씩 속도를 늦춰 걸어줄 수 있는 사람.
내가 소중한 존재임을 느껴지게 해주는 존재들.
여러 단편을 읽으며 관계 속에서 느끼는 편안함이 마냥 쉽게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겠구나 싶었다.

서로에 대한 오해로 편견으로 잘못된 시선으로 상처받고, 상처 주기도 한다.
특히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거나 편견으로 바라볼 때 더 상처 주기 쉬워지는 것 같다.
나비가 모래에게 가진 선입견을 덜어내고 조금만 더 서로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약한 자신을 지키려하는 행동은 나도 상대도 지키지 못한다 소중할 수록 솔직하게 대해야 할 것 같다.
조금 더 자신의 나약함, 솔직한 모습을 조금 보여주어도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는, 오히려 관용의 마음으로 더욱 단단해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

관계 속에서 얻은 충만함과 사랑이 살아갈 힘을 준다.
누군가가 나에게 모질게 대하더라도 아무리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아 저 사람은 사랑이 부족하구나!' 하며 관용을 베풀 힘을 얻기도 한다.
누군가가 솔직함과 나약함을 내 비쳤을때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봐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갈무리

  • 수이와의 연애는 삶의 일부가 아니었다. 수이는 애인이었고, 가장 친한 친구였고, 가족이었고, 함께 있을 때 가장 편하게 숨쉴 수 있는 사람이었다. 수이와 헤어진다면 그 상황을 가장 완전하게 위로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수이일 것이었다. 그 가정은 모순적이지만 가장 진실에 가까웠다

  • 이경이 네가 날 좋아하는데, 내가 널 사랑하는데, 보고 싶을 때 언제고 널 볼 수 있는데 내가 뭘 더 바라. 참 힘들게 사는구나, 누가 그렇게 말하면 속으로 비웃었지. 나 사실 힘들지 않은데, 바보들, 그러면서.”

  • 네가 뭘 알아, 네가 뭘. 그건 마음이 구겨져 있는 사람 특유의 과시였다.

  • “사람은 변할 수 있어. 그걸 믿지 못했다면 심리학을 공부할 생각은 못했을 거야.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한 사람은 변할 수 있어. 남을 변하게 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자기 자신은.”

  • 그때의 나는 화가 났을까 슬펐을까. 아마 외로웠던 것 같다. 모래의 말은 맞았다. 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나의 자아를 부수고 다른 사람을 껴안을 자신도 용기도 없었다. 나에게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 영혼은 “안전제일”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헬멧을 쓰고 있었을 것이다. 상처받으면서까지 누군가를 너의 삶으로 흡수한다는 것은 파멸. 조끼를 입고 헬멧을 쓴 영혼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 어떤 사람들은 벼랑 끝에 달린 로프 같아서, 단지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안도감을 준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모래도 내게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에게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 나를 세상과 연결시켜준다는, 나를 세상에 매달려 있게 해준다는 안심을 준 사람이. 그러나 모래에게도 내가 그런 사람이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 셋이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마른 몸으로 울던 모래를 떠올렸다. 그날 모래의 말과 눈물이 나약함이 아니라 용기에서 나왔다는 것을 나는 그제야 깨닫게 됐다. 고통을 겪는 당사자를 포함해서 어느 누구도 그 고통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판단할 권리가 없다는 것도. 나는 언제나 사람들이 내게 실망을 줬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보다 고통스러운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망을 준 나 자신이었다. 나를 사랑할 준비가 된 사람조차 등을 돌리게 한 나의 메마름이었다. 사랑해. 나는 속삭였다. 사랑해, 모래야.

  • 스탠드에 앉아 있으면 몇몇 사람들이 말을 걸기도 했다. 웃으면서 답했지만, 대화를 잘 이어나갈 수 없었다. 외로웠고 누구라도 붙잡아 말을 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실제로 대화가 시작될까봐 겁이 났다. 그건 이상한 감정이어서, 내게 말을 건 사람들은 곧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자리를 떠났다. 스탠드에 앉아서, 민박집 부엌에 우두커니 앉아서 나는 내쫓기지도, 받아들여지지도 않는 사람의 처지라는 것을 느꼈다. 놀랍게도 그런 감정은 낯선 것이 아니었다.

  • 사람들은 내가 그저 운이 좋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세상 사람들은 철저히 계산적이며, 자기에게 득이 되지 않는 이상 낯선 사람을 결코 돕지 않는다고. 설사 도와준다 해도 그런 선의의 이면에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돕는다는 오만한 기쁨이 어려 있다고. 그 말은 아마 많은 경우 사실일 것이다. 어쩌면 그도 나를 돕는 행동으로 자기만족을 얻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의지의 결과였든지 내가 당시 그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